필리핀은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커피의 생산지다!

필리핀은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커피가 동시에 생산되는 나라입니다.
이 부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로부스타 커피를 메인으로 취급하지 않아 해당 커피 종에 대한 지식은 아라비카 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로부스타 콩을 재배하는 농장들을 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바가 있기에 어느정도의 정보는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로부스타 종은 대부분 "카네포라" 입니다.
해당 커피 콩은 필리핀 전 지역에서 생산 재배 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전 필리핀 네슬레가 커피 콩 재배를 장려하면서 필리핀 생산 전량을 거의 다 구매를 해 주다가 지난 2020년대부터 자체 공급을 다각화 하면서 필리핀 커피 농장 농부들의 판로가 막히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이때부터 파트너와 함께 필리핀 농장을 다니면서 커피 콩 생산 실태를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네슬레가 "공급 다각화"를 이유로 필리핀 로부스타 매입을 줄인 이유를 직접 돌아 보면서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분은 거창하지만 결국 "퀄리티"가 문제였던 것이였죠.
필리핀 로부스타 퀄리티?

네. 맞습니다. 생산 퀄리티가 낮아도 너무 낮죠.
어떠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던 것도 아니고, 수확 후 가공에 대한 시스템도 전무했고, 더욱이 커피만 재배한다는 농장을 가도 정말 열악 했습니다.
로부스타가 솔직히 생산력이 좋아 나무만 심어 놓으면 여기저기서 잘 자라는건 사실이죠. 그렇다고 해서 밭에 뿌려 놓고 막 재배할 순 없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필리핀은 이런 "막 생산"을 열이면 열 다 이렇게 하고 있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수확 후 관리도 잘 안 되고, 보관도 전문적이지 않다 보니까 썩은 콩이나 곰팡이가 핀 콩도 많이 발생하게 되지요. 그리고 프로세싱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하여 옛날 어른들이 하던 방식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익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성드려 커피를 재배하여도 중간 매입자와 책정 된 비용 그 이상의 수익을 받을 수 없다보니(필리핀 네슬러 독점 공급으로 인하여) 누가 커피 재배에 돈을 쓰려고 합니까?
구조적인 문제가 상당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때요?

지금은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퀄리티 업그레이드는 더딘데 사람이 "견물생심"이라고 저희 같은 로스터들이 커피 매입을 시작했는데 점점 가격을 높혀요. 이게 전형적인 필리핀 스타일 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원가가 낮아야 로스팅 후 공급가를 낮출 수 있는데 원가를 높혀 버리고 저희가 생각한 가격을 계속 위협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 돈 주고 매입할 바에 차라리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콩을 "수입"을 하는 방법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 파트너가 담당하는게 로부스타 파트인데 항상 이 부분 때문에 어려워해요. 나름 DTI와 계속 이야기 하면서 이런 아이디어 저런 아이디어를 통해 필리핀 커피 농장의 수익을 극대화 해 주려 해도 막상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니 어렵네요.
지금은 퀄리티 낮은 필리핀 로컬 로부스타 원두를 Kg당 100~150페소까지 달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커피 농장의 발전을 위해 농부들이 원하는 비용을 최대한 맞춰 주려고 하고 있으나 매번 매입 협상을 할 때마다 비용을 올리니 솔직히 오래는 못 갈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수입" 이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좋은 비용 내고 퀄리티 있는 빈을 수입해서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게 좀 더 현실적이라고 저는 조언하고 있어요.
이 부분은 과거 아라비카 빈을 현지화 하면서 제가 겪었던 일들이었는데, 제 파트너도 필리핀 사람임에도 저랑 같은 일을 겪네요.
필리핀 아라비카
필리핀 아라비카는 아시다시핀 재배 환경이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은 북부와 남부로 나눠서 이야기 해 볼 수 있어요. 필리핀 북부는 바기오를 중심으로 북부 섹터와 남부는 바기오 아포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 섹터 이렇게 두 섹터에서 아라비카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북부섹터
Sagada // Kalinga// Atok
이렇게 3개 지역에서 생산하는 아라비카 커피가 유명합니다.
품종은 대부분 티피카 종이고 이 중 버본과 카투라도 있습니다.
남부섹터
Mt. Apo 산을 중심으로 많은 농장들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빈은 카티모르 종이 메인이다.
퀄리티는?
여기서 좀 애매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 부분은 솔직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퀄리티는 좋다. 로부스타 재배 환경과 비교해 보았을 때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보니 필리핀 민다나오 주 정부에서는 커피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직접 현지 농장가서 보면 북부와 차이점은 확연하게 볼 수 있으며 로부스타 농장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퀄리티 뿐만 아니라 프로세싱에도 집단농장 중심의 산업이다 보니 교육체계도 확실하여 전문집단과 같은 장비와 구조는 다 갖춰져 있다. 더욱이 워시드 같은 경우, 산 중턱의 풍부한 수원으로 인하여 여기저시거 네춰럴보다는 워시드를 선호하여 커피 빈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커피 맛도 좋다.
하지만 로스터로서 스페셜티 급의 평가는 현재까지 단 한번도 해 준 적이 없다. 현지 생산 품종 중 프리미엄 급까지는 인정하지만 스페셜티급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으로 밀어주다 보니 미국 시애틀에도 출품도 했다.
그리고 필리핀 PCQC(필리핀 커피 품질대회)에서 높은 점수로 우승도 여러차례 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라고 자평을 하지만 나로서는 이를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일단 카티모르 종은 하이브리드 종으로서 아라비카의 카투라 + 로부스타의 티모르 종의 교배종이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단점은 맛이다.
브루잉 이후 처음에는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특유의 로부스타 맛이 나를 방해한다. 개인적으로 로부스타 취향이 아니지만 이런 취향을 떠나 스페셜티급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다향한 풍미와 맛을 카티모르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현지 평가단은 자기네도 이런 커피를 생산한다며 자평을 한다.
이 부분은 내가 카티모르는 5톤 가까이 로스팅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평가는 절대 아니다.
또한 비용 측면에서의 급작스러운 상승도 한 몫한다.
원두 생산자와 구매자는 신뢰가 중요하다. 좋은 물건이니 좋은 값으로 사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PCQC 이후 매번 주문시 비용 폭등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뢰를 가지기 어렵게 된 점도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커피 리브레 샵에서 판매하는 스페셜티 커피 몇 개를 구매하여 현지 들어와 바리스타들과 같이 시음하였다. 커피 품종을 떠나 무엇이 스페셜티 커피인지를 제대로 로컬 바리스타들에게 각인 시킨 좋은 시간이었다.